한성: 여러분 저는 걱정 안 하셔도 사실 될 것 같아요. 걱정 안 해도 되는 이유, 사실 트랜스젠더들은 알아서 화장실 잘 씁니다. 처음 몇 개월은 좀 힘들 수 있어요. 그러니까 자기가 어떻게 생겨 먹고 대충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사실은 자기 객관화가 되는 경우들이 허다합니다. 그래서 알아서 눈치껏 아니면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몰래 화장실 쓰고 또는 위험을 감수하고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화장실을 쓰고 오줌 좀 참고 아니면 성별 구분 없는 허름한 그런 이상한 화장실도 찾아가지고… 대강 그런 것들이 어디 딱 보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저기 건물만 나가도 그냥 대충 어떤 화장실이 어디에 있겠구나 대충 예상은 되잖아요. 트랜스젠더들이 그런 건 박사입니다 사실은. 그래서 다들 사실 화장실 알아서들 그냥 잘 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제가 그렇습니다. 저는 사실 그냥 화장실 당당하게 쓰거든요. 제가 다니는 인하대학교에서는 여기에서와는 달리 저는 양해도 안 구하고 막 화장실 쓰고 다닙니다. 그나마 거기는 제가 이제 등록금이라고 돈이라도 내는 바람에 저한테 사실 뭐라고 하기 힘들잖아요. 그래가지고 저는 대학에서 남자 화장실 사용합니다. 처음에는 저도 쫄았어요. 근데 제가 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고 또 화장실 당장 오줌 싸야 하는데 쫄릴 이유는 없잖아요. 아니 그래서 저는 처음에 그냥 쫄았는데 아니 내가 쫄릴 게 뭐가 있어 하고 막 소변기 이렇게들 누고 있잖아요. 그러면 이렇게(놀란 눈을 하며) 봐요. 그러면 이렇게 몸이 돌아가. 그러면 오줌발이 끊기는 거예요. 그 소리가 들려.

다른 한편으로는 저처럼 당당하게 쓸 수 있는 케이스가 있더라도 다소 문제가 될 줄 알아도 위험을 감수하고 쓰는 부류들도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제가 그렇습니다. 제가 16살 때 1년간 집에서 쫓겨난 적이 있어요. 그래서 가출을 했었는데 그 밤거리를 배회하다가 화장실에서 자야 되잖아요. 잘 곳이 없는데 화장실에서 자야지 어떡해… 그래서 공중 화장실을 찾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종로3가였나, 어디 그 허름한 빌딩에 들어갔더니 남자 화장실이 하나 열려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 화장실도 갈 겸 또 잠도 자려고 이제 뭐 그냥 들락날락하고 있었는데 ****근데 이제 취객 하나가 들어오더니 막 어깨를 주물럭거리더라고요. 그래가지고 제가 좀 반항할 수도 있잖아요 사람이 어릴 때는. 그래서 반항 좀 했어요. 그러니까 뺨 한 번 때리더라고요. 사실 뭐 뺨 한 번 맞는 거 이상으로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사실 살면서 뺨 한 번은 맞잖아요.

트랜스젠더 중에 슬그머니 쓸 줄 아는 부류들도 있습니다. 또 다시 한 번 제가 그렇습니다. 저는 자퇴를 하고 이제 학교 밖에서 아득바득 정말 입시를 준비했었습니다. 근데 수능 시험장에 가니까 남자들이 1교시 시작 전에 쉬는 시간부터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아니 돼지 새끼가 왜 왔냐, 저 새끼 화장실 가서 바지 벗겨봐야 하는 거 아니냐, 저런 새끼가 여기에 왜 왔냐 이러더라고요. 그 남자 무리들 피해가지고 몰래 화장실 잘 쓰고 대신 수능을 망쳤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수능 망칠 수도 있죠. 근데 화장실은 어쨌든 문제없이 썼잖아요. 논술로 대학도 가고 그럼 된 거죠. 그렇죠?

그래서 저는 걱정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트랜스젠더인 우리는 늘 화장실을 슬쩍 쓰고 빠르게 도망쳐야 합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마주치면 정말 도망치고 싶어 하듯이 우리는 화장실에서 그렇듯이 모든 곳을 가야 할 때 우리 자신을 숨기고 슬쩍 들어갑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도망칠 궁리밖에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놀라기 전부터 이미 당신들이 존재하는 곳을 슬쩍 거쳐다가 도망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당신들과 만날 일이 없습니다.

물론 저희가 애써서 화장실에서 당신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또는 올바른 화장실을 사용하려고 노력해도 착각할 수 있다는 점은 좀 용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화장실 범죄를 생각할 때, 또 한편으로는 소위 말하는 트랜스젠더들이 막 코르셋 꽉꽉 차고 여성 인권에 있어서 아주 후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문제를 생각할 때 함께 쓰기 어렵겠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셨을 겁니다. 저는 작년 7월에 인하대에서 그런 일이 있었죠. 인하대에서 한 여학생이 성폭력 사망 사건으로 학교 안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을 살해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당신의 목소리를 키워 응답해 주세요’라는 이름의 대자보를 썼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학교에 딱 2장의 대자보가 붙었고, 그 당시에 인하대의 어떤 남성 중심적인 문화와 아무도 이야기할 수 없는 그런 상황들 때문에 사실은 막 다들 목소리가 언제 나오나 막 이런 얘기들이 막 돌던 때였는데 그 두 장의 대자보가 붙으니까 그 사람들이 막 사람들이 ‘저 용기 있는 페미니스트들’, ‘ 진짜 멋있다’ 이런 얘기들을 하더라고요. 근데 그 사람들 용기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제일 중요한 사실을 말 안 했거든요. 그 두 사람들 다 MTF 트랜스젠더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랑처럼 여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너무 많은 약속을 했는데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들도 있고, 또 이제 정말 아쉽게 투쟁이 마무리됐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변명하려고 제가 대자보 썼다는 사실을 말했습니다. 저는 트랜스젠더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 제가 제대로 싸우기에는 저는 화장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어서 그렇습니다.

이제 인하대에서 성폭력 사망 사건이 있고 그리고 제가 그에 관해서 대자보를 쓰고 나서 2학기가 열리고 여성학 강의가 열렸습니다. 거의 몇 년 만에 열린 여성학 강의였습니다. 근데 그때 여자 강사가 한 텍스트를 이제 학생들끼리 돌려 읽으라고 막 시키더라고요. 이제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성의 권리 옹호?’ 이런 책이었는데 아무튼 이제 제 차례가 와가지고 그 강사가 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저기 여학생 읽어보세요,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읽었거든요. 근데 그러니까 그 여성학 강사가 “잠시만요, 여자예요 남자예요?”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얘기 많이 듣습니다.” 이러니까 “아니 여자냐고요 남자냐고요?” 이거를 한 4번 정도 더 물어봤어요. 황당하다는 눈으로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너무 억울한 거예요. 아니 남자 화장실 꼬박꼬박 쓰면서 남자들 오줌발 끊기게 하는 그 보람이 너무 사라지는 거예요.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강의실에서도 그렇고 제가 있는 모든 곳에서 마치 화장실인냥 저를 낯설게 대하고 두려워하고 가십거리로 그렇게 대하는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남자 화장실을 쓰건, 아니면 여자 화장실을 쓰건 아니면 강의실에 있건 저는 마치 잘못된 화장실에 들어온 것처럼 취급을 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슬그머니 여러분을 피하는 우리가 모두의 화장실 따위가 있다고 감히 붙잡힐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잠깐 다니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 학교 당국의 배려를 받아가지고 남자, 여자 화장실 외에 있는 1인용 장애인 화장실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걸 심지어 교장한테 허락을 받고 다녔었어요. 그런데도 자퇴했습니다. 다들 남자 화장실 이렇게 가고 여자 화장실 이렇게 가는데 그 사이에 이렇게 성별이 이상하게 생긴 애가 막 그 중간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을 뚫고 사용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게 얼마나 눈치 보이는 지. 이게 저한테만 있는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자퇴한 트랜스젠더 친구들 정말 많이 사귀고 다녔었는데 그 친구들 똑같이 학교에 용감하게 전화해가지고 나 장애인 화장실이라도 쓰고 싶다, 이렇게 말하는 경우들 정말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4명 정도 있었습니다. 근데 그 친구들 다 자퇴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트랜스젠더가 쓸 수 있는 화장실이 없다고 걱정들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트랜스젠더를 위한 화장실은 오히려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 얻어 터질 수 있는 화장실도 있고, 쫓겨날 수 있는 화장실도 있고, 써도 되는데 쓰면 안 되는 화장실도 있고 또 우리가 가는 모든 곳에서 우리 화장실에서 다른 사람이 놀랄 때처럼 화장실에서 다들 추파를 던질 때처럼 그렇게 대해주니까 이 세상 전체가 화장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 화장실에서 트랜스젠더를 마주칠 걱정들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학교를 화장실처럼 대합니다. 슬그머니 머물다 빠르게 빠져나가야 하는 것처럼 대합니다.